[워해머 판타지] 하이 엘프 초보 제너럴, 경기병을 다시 보게 되다. Armies of the Old World

  전에 고작 힘3짜리 화살밖에 못쓰는 엘뤼리안 습격자(Ellyrian Reaver) 5기를 7만 원이나 주고 산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진영과의 대결을 상정한 로스터를 작성하면서 단순히 사격력으로 모델의 가치를 판단하였던 나의 심한 단견이 부끄러워지게 되었다. 

  엘뤼리안 습격자, 그러니까 리버는 하이 엘프 진영의 유일한 경기병이다. 최대 18인치까지 행군(March)를 할 수 있는 초고속 기동력을 자랑하는데다가, 다른 사격 부대와는 달리 행군을 한 후에도 사격을 할 수 있기 때문(그 것도 360도 전방위 시야로!)에 적 주위를맴돌면서 이리저리 교란하는데에 매우 적합하다. 이동 룰 또한 매우 유연해서 18인치 이상 움직이지 않는 한 그 어떤 형태, 방향으로 진형을 전환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런 경기병 운용의 묘미는 기만 전술일 것이다.

Feigned Flight.
전근대 전쟁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것이 무슨 전술인지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크고 아름다운 몽골군을 포함하여 말타고 활쏘는데 도가 튼 유목민들이 필수적으로 쓰는 전술로서, 적군으로 하여금 자신을 추격하게 하여 적군의 진형을 흐뜨러트리고 이런 방식으로 본대와 분리된 적 부대를 각개격파하는데에 매우 훌륭한 전술이다.

워해머 세계에서 경기병은 그 특유의 빠른 기동력 때문에 이런 전술에 매우 적합하지만, 이 기만 전술을 더욱 유용하게 만드는 특수룰은 바로 '8인치' 룰이다. 무슨 룰인가하면, 부대로부터 8인치 안에 적 부대가 있으면 행군(기본 이동 속도 2배로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드워프들처럼 구석에 틀어박혀서 적군이 올 때까지 제자리에서 총포나 쏘지 않는 이상, 대다수의 워해머 세계의 군대는 사격의 피해를 덜 받고 최대한 빨리 근접전에 돌입하려고 이동하기 마련이다. 전술이라고는 오로지 닥치고 돌격 하나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브레토니아나 근접전 빠돌이인 워리어 오브 카오스같은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행군'이 매우 중요한데, 경기병은 그 초고속 기동력으로 적 부대 근처에서 얼쩡거리면서 행군을 못하게 하면서 이동 페이즈에 차질을 주고, 더 나아가서는 대전략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특히 먼저 돌격당하면 그 게임은 반은 지고 나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브레토니아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통 경기병을 향해 돌격을 시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경기병은 대개 상대방보다 압도적인 기동력으로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고, 설령 상대가 일반 경기병만큼 빠른 브레토니아 기사대라도 8인치 정도 거리에서 돌격을 선언 받았으면 높은 확률로 도주할 수 있다. 그리고 도주를 한 다음 턴에 집결에 성공하면 다른 모델과 달리 또다시 이동을 할 수 있어 계속 전 주위를 맴돌면서 교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만 전술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은 경기병이 도주에 성공한 이후이다. 적 부대가 경기병을 추격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은 대개 원하지 않는 위치로 이동하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서 경기병을 추격하기 전에는 안전한 거리에 있었지만, 추격에 실패하여 이동한 후(돌격 선언을 한 후 주사위를 굴려서 설령 추격에 실패했을지라도 여전히 돌격을 선언한 부대는 일정 길이를 이동해야 한다)에는 적의 타격부대의 돌격거리 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필자의 진영인 하이 엘프의 중기병과 브레토니아의 중기병은 이동 속도가 똑같이 8인치이고 돌격 거리도 똑같이 2배여서 어느 한 쪽이 먼저 돌격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서로의 돌격 거리가 같기 때문에 선뜻 먼저 불리하게 이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병은 바로 앞서 말한 전술을 통하여서 이러한 판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물론 말로 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잘 운용할 경우 전황 자체를 바꾸는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정된 스케이븐 대전 로스터를 구상하면서 경기병(그러니까 하이 엘프 플레이어인 필자 입장에서는 리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스케이븐이 하이 엘프에게 있어서 매우 위협적인 이유는 다양하고 강력한 사격, 그리고 수많은 터프니스 테스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격이라는 요소를 보면 힘4 아머 피어싱으로 십 수 발을 날릴 수 있는 래틀링 건, 아머 세이브를 무시하고 무엇이든지 간에 절반 확률로 운드를 입히는 포이즌 윈드글로바디어, 36인치 사거리에 힘6 아머 피어싱이라는 말도 안되는 사격력을 자랑하는 제자일 팀을 들 수가 있다. 모조리 T3인데다가 아머 세이브도 기병을 제외하면 5+가 고작인 하이 엘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옥맛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포이즌 윈드 글로바디어나 제자일팀은 중기병도 쉽게 눕히기 때문에 중기병 운용 또한 매우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터프니스 테스트(거의 다 아머 세이브를 무시한다!)는 T3인 엘프들 입장에서 피닉스 가드가 아닌 이상 한 번 테스트에 걸리면 절반 확률로 뻗기 때문에 근접전(터프니스 테스트는 보통 근접전에서 플레이그 센서 베어러나 새로 추가된 플레이그 퍼니스가 강요한다.)에서도 한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근접전 엘리트가 하이 엘프의 큰 희망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좌절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그동안 내가 등한시 했던 경기병의 가치가 더욱 더 빛나는 것 같다. 앞서 말한 무시무시한 스케이븐의 사격병기는 비록 위력적이지만 몇가지 약점이 있다. 래틀링 건이나 제자일팀은 일단 이동한 턴에는 사격을 할 수 없고, 포이즌 윈드 글로바디어의 사거리는 8인치에 불과하다. 이 말은 경기병으로 래틀링 건, 제자일팀의 시야 밖으로 벗어나면 대응 사격을 받을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리버의 활 사거리가 24인치이므로 이동과 사격이 동시에 가능한 글로바디어도 리버를 쉽게 건들지 못한다. 더군다나 이 스케이븐 사격팀은 모조리 T3에다가 아머 세이브도 높지가 않아 리버 한 부대(5기)가 사격해도 쉽게 없앨 수 있는 수준이다. 이동에 신경만 쓴다면 이들이 사격하기도 전에 리버로 유유히 농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두려운 플레이그 퍼니스도 리버만 충분하다면 원거리에서 차근차근 전력을 깎는 것도 무리한 기대는 아니다. 플레이그 퍼니스를 끄는 플레이그 몽크들이 T4지만 아머 세이브가 없으니까. 그래서 일단 2천 포인트 대스케이븐 용 로스터에서는 활을 든 리버 5기씩 3~4부대 정도는 투입해보려고 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논의는 실전 경험이 전무한  머릿속에서의 모의전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가지던 단견에서 벗어나 조금 더 대국적인 면에서 모델 운용법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덧글

  • hyjoon 2009/12/20 08:41 # 답글

    훌륭한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링크 신고합니다~^^
  • 신시겔 2009/12/20 08:46 #

    워해머 하십니까?
  • hyjoon 2009/12/20 10:30 #

    워해머는 안하지만 전쟁사에 계속 관심가지고 공부 중입니다~
  • 이실피르 2010/01/04 02:20 # 답글

    스케이븐의 웨폰팀은 기본적으로 4+와드를 가지고 있죠.
    제자일은 사격에 대해서 4+아머세이브 가지고 있고요.~

    T체크를 요구하는 스케이븐의 유니트들은 프렌지입니다. 페인트 플라이트로 낚아서 뻘짓을 하게 만들면됩니다. 좀비 같은거가 있으면 좋겠지만 하이엘프는 그딴거는 없으니...

    그외에는 사격은 이미 너프를 대폭 먹어서 하이엘프가 그닥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고요.
    [사격아미수준의 화력에 못미칩니다. 도리어 사격은 제국이...]

    결국은 중앙방진 같은 거 너댓게로 쌈싸먹기 같은 거 해먹어야하는데 엘프가 전체적인 열세라도 운용만 잘한다면 못이기는 아미는 아닙니다.

    물론 상성이 좋지는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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