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퀴래시어 아머의 방호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거리 역사의 문을 두드리며

  2006년 경에 발표된 논문이 하나 있다. 구체적으로는 17세기 서구에서 널리 사용한 퀴래시어 아머(말타고 권총질하는 퀴래시어 Cuirassier 들이 주로 써서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다.)의  총탄에 대한 방호력을 다룬 논문이다. 허나 더 중요한 것은 논문의 저자가 바로 서구 갑주 방호력에 대한 권위자인 앨런 윌리엄스 Alan Williams 씨라는 것이다! 항가항가. 허얽허얽. 찌익!
(PDF 파일은 여기서 : http://gladius.revistas.csic.es/index.php/gladius/article/view/8/8

  논문은 현존하는 상당수의 퀴래시어 아머에 존재하는 총탄 자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보통 퀴래시어 아머는 판매하기 전에 흔히 권총이나 머스킷으로 간단히 사격을 해서 방탄력이 좋다는 것을 입증하고는 했는데, 그 때문에 생긴 총탄 자국이 많다. 어쩌면 실전에서 생긴 자국일 수도 있다. 앨런 윌리엄스 박사는 이러한 퀴래시어 아머 20여 점을 실측 조사하며 의외의 결과를 내놓았다. 갑옷에 있는 총탄 자국의 너비, 깊이, 갑옷의 재질 등을 계산한 끝에 이러한 자국을 남기는데 필요한 운동 에너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를 구해버리는 놀라운 업적을 이룬 것이다. 그 결과는 매우 경악스럽기 그지 없었다. 

  제법 움푹한 총탄 자국이 남은 갑옷 중에서 12점은 100쥴 이하의 운동에너지에 의해 생겼으며 7점은 100~300쥴,
4점은 300~600쥴, 그리고 4점만은 600쥴 이상의 운동에너지에 의해 생겼다. 이미 저자가 논문에서 다 써놓은 것이지만, 1천 쥴, 2천 쥴은 큰 무리없이 넘어가는 당대 머스킷의 운동에너지를 고려한다면 이건 갑옷 만들어파는 사람이 일부러 화약을 개미눈꼽만큼 넣어서 설렁설렁 시험해 내다판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논문에서 조사한 갑옷뿐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17세기 퀴래시어 아머가 품질이 낮은 연철(wrought iron)로 만들어 두께만 무식하게 3~4mm 이상으로 늘린 것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물론 진짜 좋은 재질의 철로 두껍게 만들어서 정면에서 제대로 쏜 총알을 막은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든 것이다.) 

  결국 총탄 자국 조금 있다고해서 머스킷 앞에다 들이대고 느긋히 권총을 꺼내다가는 영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의외의 수준을 보이는 방호력은 왜 몬테추콜리(Raimondo Montecuccoli : 17세기 후반 오스만 제국을 상대로 선전한 오스트리아 야전군 지휘관. 사실 몬테추콜리인지 몬테쿠콜리인지, 그 것도 아니면 몬케추촐리인지는 어학 지식이 부족해 잘 모르겠다.)가 오스만 제국 궁병들이 퀴래시어 아머를 쉽게 꿰뚫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는지에 대해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용 오스만 각궁의 경우 이쪽 방면 권위자인 Adam Karpowictz 씨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130~160쥴 정도의 운동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 쥴이 넘어가는 머스킷과 갑옷에 대한 관통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허나 화살의 경우 보통 관통하기에 적합한 뾰족한 촉을 가지고 있고 그 재질도 납탄과는 비교도 안되게 튼튼한 강철로 의도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관통력의 차이는 운동 에너지 수치가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작을 수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앨런 윌리엄스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단지 총탄의 재질을 납에서 철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철판 관통에 필요한 운동 에너지가 거의 2배로 줄어든다. 17세기 유럽에서 만든 방탄용 철제 투구를 오스만 각궁으로 관통했다는 Hansard 의 자료를 신뢰한다면 실제로도 관통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10여 년 전에 구 역사스페셜(2000년 1월 22일 방영)에서 0.5퍼센트 탄소 함유량의 고구려 화살을 재현해서 4.5미터에서 국궁(말을 탄 상태에서 사격한 점, 그리고 오늘날 평균적인 국궁 장력이 50파운드내외라는 점을 생각하면 40파운드 대로도 내려갈 수 있으리라 본다.)으로 사격한 결과 2mm 함석판 5장을 관통한 적이 있었다.

  물론 함석판과 퀴래시어 아머의 재질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처리를 가하는 등의 강화과정을 거치 상급 판갑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두께만 조금 늘린 연철 갑옷이 생각보다 뾰족한 강철 화살촉에 취약한 면모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이고자 예시를 든 것이었다. 더군다나 비록 여태까지 잘만 떠들었어도 정밀한 실험 및 보다 치밀한 문헌 연구가 없는 이상 이 글은 그저 풋내기 밀덕의 헛소리가 될련지도 모른다. 다만, 그동안 산발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뇌세포보다 보다 영구적인 수단으로 남겨두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자한다.









그리고 오늘부터 1차 정기휴가라능. 항가항가. 허얽허얽. 찌익!


덧글

  • 무갑 2011/06/02 21:53 # 답글

    휴가나오셨군요. 저는 2주뒤 예비군 훈련(동원)가야되요..;;;
    요즘 학교에서 온실이나 밭에 살다시피 하다보니 수화자 제작은 거의 손 놓고 있네요 ㅜㅜ
  • 무갑 2011/06/02 22:22 #

    아 그러고 보니 실제 제작되는 갑주들이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가 우리나라 갑주 유물중에도 있던 것 같네요.
    류성룡 찰갑도 가죽찰갑치곤 얇은 2mm에 불과하고(두정피갑들이 가죽 여려장을 겹친 것과 비교되는...) 동래읍성에서 발굴된 철제 찰갑은 갑찰편이 0.6mm정도라고 하니까요... 참고로 동래읍성 찰갑과 비슷한 형식의 찰갑편인 신라하대 화왕산성 찰갑편, 미륵사지 철제찰갑편은 1mm로 추정합니다
  • hyjoon 2011/06/02 21:54 # 답글

    방호력은 둘째치고 입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선호되었다는 소리도 많더군요. 물론 기병끼리 붙었을 때 기병도에 대한 방호력은 꽤 있었겠습니다만

    그리고 정기 휴가 나오셨군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
  • 신시겔 2011/06/02 22:02 #

    후배께서는 어서 조공을!
  • hyjoon 2011/06/02 22:03 #

    책지름을 하고 난 직후여서 지금 무일푼입니다. 다음주에 과외비가 들어올때까지 허리띠 매고 있어요. ㅠㅠ
  • 뷁하 2011/06/02 22:08 # 답글

    흠. 예전에 어느 분의 포스트에서 17세기 영국 내전때, 기병 피스톨을 투구와 갑옷 표면에 직접 대고 제로사격을 했는데도 수차례 탄알을 튕겨낸 전투가 있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총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지휘관이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어지간히도 고급 갑옷이었던 걸까요.

    오랜만입니다. 저는 하루하루 남는 시간에 조금씩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여전히 내놓을 게 없네요.
    휴가 중에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Mr술탄-샤™ 2011/06/02 22:44 # 답글

    고생하십니다. 사실 퀴레시어 아머라고 해서 보병용 머스킷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17세기 퀴레시어 아머 삽화에는 한겹 더 착용하는 전방 보강판이 있던데 그 말은 곧 그것까지 착용해야 완전한 방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겠죠. 사실 퀴레시어의 방탄력도 흉갑과 투구 뿐인데다 17세기 후반이라면 기병의 상대는 기병 정도로 한정된 시점이니만큼 기병의 권총 정도만 확실하게 막을 수 있다면 별 불만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 터미베어 2011/06/03 01:27 # 답글

    하긴 예전부터 갑옷장인들의 뻥카가 있얼꺼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100쥴 이하는 좀 심한듯요.....

    중거리에서의 권총탄이나, 원거리에서 각도 좋게 들어온 머스켓이나 막을수 있었으려나요...
  • 들꽃향기 2011/06/03 01:41 # 답글

    쿼레시어 아머가 오스만 활에도 뚫릴 수 있다는 얘기는 충격이군요;;;; 정말 이쯤되면 단순한 권총탄 혹은 포탄파편 방호에나 효율적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ㄷㄷ

    잘 읽었습니다. 첫 휴가 편안히 보내소서!
  • 대공 2011/06/03 04:22 # 답글

    적어도 치명상을 줄일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없는것 보다야.....
  • 미스트 2011/06/03 08:24 # 답글

    ...............갑옷 제작자들이 거의 사기를 쳤군요. 100줄 이하로 실험한건 정말....
    활에 뚫리는 정도면 제대로 만들어진 플레이트 아머에 비해 두께(그리고 무게)만 늘어났지 실제 방호력은 비슷비슷한 수준일 듯. -ㅅ-;;;
    (이건 '거의'도 뺀 그냥 사기라고 해도 될 듯.)
    그나마 600J 프루프 마크는 양심적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한 레벨2 방탄복 수준의 방탄 성능은 확실히 보여준다는거니.....
  • 앨런비 2011/06/03 08:39 # 답글

    청원 나왔으니 4박 5일 ㅉㅉ 여자와 만나서 놀 수는 있는 휴가데스카? ㄲㄲ
  • 2011/06/07 21: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6/11 23: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화력덕후 대한민국 2015/02/02 21:36 # 삭제 답글

    8~9mm급 퀴레이스 아머들의 브리넬 경도가 궁금하네요.
    특히 바르샤바 폴란드 육군 박물관에 있는 재고번호 882x같은 흉갑들의 경도는 어느정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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